초등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문방구 앞에 모였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딱지와 구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떡볶이 냄새가 골목을 채우던 분식집, 전화 한 통이면 배달이 오던 중국집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그 가게는 언제 사라졌을까. 지금도 이름만큼은 남아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검색창에 상호를 입력해도 뜻밖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현재 지도에는 다른 건물이 서 있고, 전화번호는 이미 바뀌었다. 이럴 때 AI가 오래된 전화번호부와 신문 광고를 읽어 과거의 가게를 찾아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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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기록 속에 남은 가게의 흔적

옛날 가게를 찾는 데 가장 먼저 쓰이는 자료는 신문 광고와 전화번호부다. 신문 광고에는 상호와 업종, 주소, 전화번호가 함께 실리는 경우가 많다. “○○동 시장 입구”, “역 앞 20년 전통”처럼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표현도 단서가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에서는 오래된 신문을 검색할 수 있다. 기사뿐 아니라 광고와 사진, 물가 정보 등도 검색 대상이 될 수 있어 특정 상호를 추적하는 데 활용할 만하다.

전화번호부 역시 중요한 자료다. 당시 지역의 상점과 병원, 학원, 수리점 등이 업종별로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흔적이 남지 않은 작은 가게도 종이 전화번호부에는 이름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록에 이름이 실렸다고 해서 그 날짜에 반드시 정상 영업 중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광고는 실제 영업 시점보다 먼저 계약됐거나, 반대로 가게가 문을 닫은 뒤에도 한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 전화번호부도 발행 주기와 정보 갱신 시점에 따라 실제 상황과 차이가 생긴다.

AI는 글자를 읽고, 사람은 단서를 맞춘다

오래된 자료는 대부분 종이 이미지다. 먼저 자료를 스캔한 뒤 기울기를 바로잡고, 얼룩과 배경을 줄인다. 그다음 OCR이라는 문자 인식 기술로 사진 속 글자를 텍스트로 바꾼다.

AI는 이렇게 읽어낸 자료에서 ‘상호-업종-주소-전화번호’를 묶어 정리할 수 있다. 여러 해의 전화번호부를 비교해 같은 상호가 반복되는지, 전화번호가 어느 시기에 바뀌었는지, 주소가 옮겨졌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OCR은 이미지 속 문자를 읽는 도구이지, 그 가게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판단하는 장치가 아니다. 오래된 신문은 글자가 번졌거나 종이가 변색돼 숫자와 한자를 잘못 읽기 쉽다. 전화번호의 숫자 하나, 주소의 ‘동’과 ‘면’ 하나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장소가 될 수 있다.

AI가 문맥을 보고 흐릿한 글자를 그럴듯하게 보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나온 결과는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확인해야 할 후보에 가깝다. 원문 이미지에서 글자를 다시 보고, 다른 연도의 광고나 기록과 대조해야 한다.

결국 AI가 하는 일은 기억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흩어진 종이 기록에서 검색 가능한 단서를 만들고, 서로 이어지는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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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억을 흔든다

과거의 가게를 현재 지도에서 찾을 때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는 주소 체계의 변화다. 예전 광고에는 “○○동 123번지” 같은 지번주소가 적혀 있지만, 현재 지도에서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하는 도로명주소가 중심이다.

1980년대나 1990년대의 주소를 오늘날의 지도에 그대로 입력한다고 해서 같은 장소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번과 도로명주소를 변환하고, 행정구역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는 다른 구나 동에 속했던 곳이 지금은 새로운 행정구역에 포함된 경우도 있다.

건물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도로가 넓어졌거나 여러 필지가 합쳐졌을 수 있고, 시장이 철거된 자리에 아파트나 상업시설이 들어섰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옛 지도와 지적도, 항공사진을 현재 지형과 비교해야 위치를 좁힐 수 있다.

전화번호도 마찬가지다. 과거 광고에 적힌 지역번호와 국번호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이동전화 번호 역시 011, 016, 017 등 여러 번호 체계가 쓰이다가 010으로 통합됐다. 번호 일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업체와 같은 가게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상호가 같다는 사실도 충분하지 않다. 다른 지역에 같은 이름의 가게가 있을 수 있고, 한 가게가 이전한 뒤 같은 상호를 유지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상호는 바뀌었지만 주소와 전화번호, 업종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상호와 함께 주소, 업종, 대표자명, 광고 문구 등 여러 정보가 겹치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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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확인은 지도 밖에서 이뤄진다

가게의 흔적을 확인하는 과정은 보통 세 겹으로 진행된다. 먼저 해당 시기의 신문 광고와 전화번호부로 이름과 주소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지도, 옛 항공사진, 지역 조사보고서 등 공간 자료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공공 기록이나 기관 자료를 참고해 영업 시기를 보완한다.

국세청과 정부24에서 사업자등록증명이나 휴업·폐업 관련 민원을 제공하지만, 모든 과거 상점의 이력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와 신청 자격의 제한이 있고, 영세 점포나 신고가 늦어진 사업장의 경우 행정자료만으로 정확한 영업 기간을 확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결과를 말할 때도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AI가 폐업일을 알아냈다”보다는 “해당 연도의 광고 수록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자료에서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전화번호가 같으니 같은 가게다”가 아니라 “주소와 업종, 전화번호가 여러 자료에서 이어져 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해야 한다.

어릴 적 자주 가던 가게를 찾는 일은 단순한 추억 검색이 아니다. 한 장의 광고, 낡은 전화번호부 한 줄, 지금은 사라진 골목의 지도가 서로 맞물리며 당시의 생활 풍경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다. 기억은 따뜻하지만 자주 섞이고, 기록은 차갑지만 빈틈이 많다는 것을. AI는 그 사이에서 단서를 정리해줄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그 가게가 맞는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혹시 오늘 문득 떠오른 가게가 있다면 상호명만 검색하지 말고, 그곳이 있던 시장 이름과 옛 전화번호, 함께 있던 건물까지 적어보자. 오래된 기록 속에 그 가게의 간판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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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nl.go.kr, 「소개 – 아카이브 소개 – 대한민국 신문아카이브」
https://www.nl.go.kr/newspaper/introduce.do?utm_source=openai

docs.cloud.google.com, 「Detect and extract text from images | Cloud Vision API | Google Cloud Documentation」
https://docs.cloud.google.com/vision/docs/ocr?utm_source=ope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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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1.juso.go.kr/notice/NewsBoardDetail.do?currentPage=4&keyword=&mgtSn=72&searchType=&utm_source=openai